#. 사이판으로 여름 휴가를 떠난 20대 A씨. 오랜만에 떠난 여행의 즐거움도 잠시, 숙소 수영장에서 미끄러져 경추가 골절되는 사고를 당했다. 왼팔을 제외한 전신이 마비됐지만 현지 병원에서는 MRI 장비도, 신경외과 전문의도 없어 정확한 진단조차 받기 어려웠다. 제대로 된 치료를 위해 당장 한국으로의 이송이 필요했지만 현지 병원에서 일주일간 입원한 후 경비행기를 타고 괌으로 이동했고, 그곳에서 국적 항공사로 옮겨 타서 12시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이후송 비용을 확인해보니 3000만원이 넘는 금액이 청구됐다.
최근 여름 휴가철과 파리 올림픽 등이 맞물리면서 해외 여행객이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와 추석 황금 연휴 등을 감안하면 3분기에는 해외 여행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
지난해 해외 여행자 수는 2272만명으로 전년도인 2022년(655만명)대비 3.4배 이상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2981만명)의 79.1% 수준을 회복했으며 2023년 하반기부터는 모든 해외 여행이 정상화된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 여행 수요가 늘어난 만큼 해외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증가하고 있다. 재외국민 사건·사고 피해자는 2018년 1만3235명, 2019년 1만6335명이었으나, 코로나19 이후 2020년 9113명, 2021년 6498명으로 크게 줄었다. 이후 해외 여행이 다시 시작된 지난해 1만1323명을 기록해 큰 폭 늘어났다.
이런 추세에 맞게 최근 보험사들은 해외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건·사고에 대비한 담보 등 보장 범위를 늘리며 상품 경쟁에 나서고 있다.
다만, 여행자보험은 소비자가 스스로 가입해야 하는 만큼 보장범위와 특약사항을 꼼꼼하게 챙겨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작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필요한 도움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앞서 A씨의 사례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예방하기 위해선 여행자보험의 여러 항목 중 '중대사고 구조송환비용'이라는 특약에 가입해야 한다. 해외 여행 중 불의의 사고로 조난이나 행방불명을 당하거나, 큰 상해로 사망 및 입원하는 경우에 대비한 비용 담보다.
과거 여행자보험의 구조송환비용 담보는 보장한도가 낮고, 현지 병원에 14일 이상 입원해야 하는 조건이 존재했다. 현실적으로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높아지자 2021년 정부는 '해외 우리국민 환자 이송 및 보호체계 개선방안'을 통해 소비자가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개정했다.
이에 따라 현지 최소 입원 요건은 4일, 7일, 14일로 세분화 됐다. 이 중 본인의 여행 목적과 일정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데 기간은 짧게, 보장한도는 최대 금액으로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다만, 아직 이 같은 내용을 제대로 몰라 서비스를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해외 환자 이후송 서비스를 전문으로 하는 플라잉닥터스 박성현 이사는 "이후송 서비스를 진행하면서 가입금액을 너무 낮게 설정해두었거나 입원일수가 며칠 모자라 보상을 받지 못하는 케이스들이 많아 안타까웠다"며 "해외 여행을 계획 중이라면 여행자보험 가입시 중대사고 구조송환비용의 보장한도를 최대한으로 설정하고, 보상조건의 해외 병원 입원일수를 4일 또는 7일로 선택해 사고가 났을 때 하루라도 빨리 한국에 돌아와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강은혜 기자 grace1207@mtn.co.kr
머니투데이방송 2024-08-10